초가공식품이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의학 학술지 《란셋》에 발표되었습니다. 전 세계 43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초가공식품에 대한 즉각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주요 내용
연구진은 2016년부터 8년간 발표된 104건의 대규모 장기 추적 연구를 분석했으며, 그중 92건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최소 하나 이상의 만성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가공식품은 뇌, 심장, 간 등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를 손상시키고, 12가지가 넘는 만성질환과 조기 사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중이 10% 증가할 때마다 하루 총열량 섭취가 약 35㎉씩 늘어나며, 2형 당뇨병 위험은 1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초가공식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심혈관 질환 발병 확률이 17%, 관상동맥 심장 질환은 23%, 뇌졸중은 9% 더 높았습니다.
한국의 초가공식품 섭취 현황
한국인의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은 1998년 12.9%에서 2018년 32.6%로 20년 사이에 2.5배 급증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 서구권에서는 전체 식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젊은 층과 저소득층에서는 80%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데이터 분석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수록 설탕과 포화지방 섭취는 증가하고 식이섬유와 단백질 섭취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안된 규제 방안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위협을 막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규제를 제시했습니다:
- 제품 포장 전면에 '초가공식품' 여부 명시
- 어린이 대상 광고 제한
- 학교·병원 등 공공기관 내 판매 금지
- 설탕세·소금세 부과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지방, 당분, 염분 함량이 높은 초가공식품에 세금을 매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다음 달 공식 발표될 예정입니다.
논란과 신중론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지하는 'NOVA 분류'에 따르면 무첨가 두유, 대체육 소시지, 대체당을 사용한 단백질 음료 등 상대적으로 건강한 식품까지 모두 초가공식품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NOVA 분류는 식품을 영양소가 아닌 가공의 범위와 목적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누는 체계입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추가 연구를 기다리며 대응을 늦출 이유는 없다"며 즉각적인 정책 개입을 강조했습니다. 상파울루 대학교의 카를로스 몬테이로 교수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전 세계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위트워터스랜드대 카렌 호프만 교수는 "과거 담배산업의 막강한 영향력에 맞서 싸웠던 것처럼, 이제는 초가공식품 기업들의 과도한 힘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